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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냥 보기 싫은 돌기 하나잖아.”
솔직히 저도 초기에 그렇게 넘겼습니다. 샤워하다가 손끝에 걸리는 조그만 돌기, 외음부 쪽이라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번거로워 “깔끔하게 미용 시술 한번 받으면 끝나겠지” 하고 미뤄 두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돌기 주변이 가렵고, 속옷이 스칠 때마다 간질간질 불편해지는 겁니다. 검색창에 ‘사타구니 곤지름’을 쳐 본 순간, 화면에 뜨는 단어가 저를 얼어붙게 만들었어요. 생식기암, 항문암 위험? “저위험형 HPV라 암은 안 된다”는 글도 있었지만, 장기 감염이 이어지면 고위험형 HPV 16·18번까지 동반될 수 있고 실제로 외음부나 항문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한 사례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줄줄이 나오더군요.

 

곤지름은 표면에 돋은 돌기만 없애면 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바이러스가 점막 깊숙이 자리 잡은 채 습기와 체온이 높은 사타구니 환경에서 조용히 증식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이러스가 만성 염증을 일으켜 세포 유전자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돌연변이 위험이 서서히 높아져요. 특히 곤지름 병터 주변에서 고위험형 HPV가 동시에 검출되면 세포 변형 속도가 빨라져 전암 단계인 VIN(외음부 상피내 네오플라지아)이나 AIN(항문 상피내 네오플라지아)을 거쳐 침윤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적지 않습니다. 충격적이지만, 곤지름 병력이 있으면 항문암 위험이 일반인보다 열 배 이상 높아졌다는 역학 통계도 확인됐어요. HIV 감염처럼 면역이 약한 상태라면 그 확률은 더 뛰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저위험형 곤지름 = 절대 암이 안 된다”는 오래된 인식을 버리는 겁니다. 물론 고위험형 HPV가 직접 관여하는 자궁경부암·항문암이 훨씬 흔하지만, 저위험형만 있어도 만성 염증이 길어지면 드물게 변이가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두 종류가 한 자리에서 동시에 검출되는 교차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곤지름 병터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바이러스 입자가 주변 점막으로 번지며 새로운 상처―재생―상처를 반복하니, 유전자 복제 오류가 누적될 시간과 공간이 넉넉해지는 셈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험자로서 말씀드리면, 첫 단계는 돌기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지체 없이 전문 클리닉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항문경이나 질경 검사는 5분이면 끝나요. 조직을 살짝 떼어 PCR 검사를 돌리면 고위험‧저위험 HPV형이 동시에 있는지 한 주 안에 결과가 나옵니다. 이후 계획은 “물리적 제거 + 면역 강화 + 파트너 동시 치료” 세 축으로 짜야 해요. 레이저나 전기 소작으로 돌기를 없앤 뒤에도 면역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3~6개월 안에 같은 자리에 다시 돋아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시술 직후부터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 확보하고, 카페인을 줄이고, 엽산·비타민 A·C·E가 풍부한 식단으로 바꿨습니다. 피부과에서 권유한 국소 면역 도포제도 6주간 꾸준히 사용했고요.

 

생활 속 위생 관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타구니는 땀과 분비물이 많은 곳이라 통풍이 안 되면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해져요. 땀 흡수 잘되는 면속옷으로 자주 갈아입고, 목욕 후에는 완전히 말린 뒤 보습제로 피부 장벽을 지켜 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파트너와 수건·속옷·면도기를 공유하지 않는 건 기본이고, 성적 보호 수단(콘돔·댐)을 사용하는 것도 재감염·교차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돼요.

그리고 보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곤지름이 전암 단계(VIN 2·3, AIN 2·3)로 진단될 경우 일부 암 진단금이 지급되는 약관이 있습니다. 가입한 지 오래된 의료 실비나 암 특약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약관을 다시 살펴보세요. ‘제자리암’ ‘경계성 종양’ 같은 용어가 들어 있으면 지급액이 절반 이하일 수 있으니, 정확한 보장 범위를 확인해 두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무엇보다 곤지름 치료 여정은 레이저 한 번으로 끝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면역 회복과 재감염 방지를 위한 장기전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저는 돌기를 없앤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6개월마다 HPV 유전자형 검사를 받고, 사타구니 습기를 줄이는 데 신경을 씁니다. 예전엔 귀찮다고 느꼈던 이런 작은 루틴이, 사실은 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더라고요.

 

혹시 오늘 샤워 도중 외음부나 사타구니에 낯선 돌기를 발견하셨나요? “곧 사라지겠지” “저위험형이라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미루기엔, 우리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바이러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작은 돌기 하나가 깜빡한 건강 습관을 되돌아보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꾸준한 진료, 면역 관리,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건강한 오늘을 오래오래 이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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